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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큘럼을 ‘커리’라고 부를 때 생기는 일들 본문

커리큘럼을 ‘커리’라고 부를 때 생기는 일들
— 영어를 ‘상품’이 아니라 ‘언어’로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얼마 전, 한국에서 ‘3대 강사’ 중 한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분의 인터뷰를 시청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커리, …”
그분 입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단어, 바로 ‘커리’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커리큘럼(curriculum)’을 ‘커리’라고 줄여 부르는 문화가 이렇게까지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꽤 불편했습니다.
1. 외국인에게 ‘Curri’라고 하면 ‘카레’를 줍니다
우리는 편하게 ‘커리큘럼(curriculum)’을 줄여서 ‘커리’라고 부릅니다.
학원가에서, 수험생들 사이에서 이미 굳어진 말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한국에서만 통하는 일종의 ‘암호’일 뿐입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이 유학을 가거나 해외 취업 인터뷰를 할 때, 담당자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Can I see your curri?”
상대방은 십중팔구 이렇게 되물을 가능성이 큽니다.
“Curry? 인도 음식 카레?”
영어에는 ‘curri’라는 줄임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끝까지 curriculum이라고 말하거나, 상황에 따라 syllabus(강의 계획서), course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더 분명해졌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단순히 “발음이 어색해서”가 아니라, 언어를 대하는 태도 자체라는 사실입니다.
2. 왜 이렇게까지 거슬릴까?
생각해 보면, 제가 불편했던 건 단순히 발음이나 단어 선택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Curriculum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수업 순서표”가 아니라,
- 교육 철학
- 목표
- 단계
- 평가
- 성장 과정 전체
를 담고 있는, 꽤 무거운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커리’라는 두 글자로 줄어드는 순간, 느낌이 이렇게 바뀝니다.
“교육과정” → “팔기 좋은 패키지 상품 하나”
게다가 이런 표현을 영향력이 큰 강사가 아무렇지 않게 반복해서 쓸 때,
그건 개인의 말버릇을 넘어 업계의 표준 언어처럼 굳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더 거슬리고, 더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3. 줄임말이 문제라기보다, ‘언어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
물론, 줄임말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언어는 원래 줄이고, 비틀고, 장난치면서 발전하기도 합니다.
- 프레젠테이션 → 프레젠
- 아이스 아메리카노 → 아아
한국어 안에서도 별별 줄임말이 생겼다가 사라집니다.
친구들끼리 “커리”라고 부르는 것 자체를 굳이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맥락입니다.
교육 현장, 특히 “영어 교육”의 한가운데서
영어를 다루는 사람들이 curriculum을 너무 가볍게 “커리”라고 부를 때,
그건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가 됩니다.
그 메시지는 대략 이렇게 들립니다.
“깊은 이해보다, 예쁘게 포장된 ‘커리’ 하나 잘 골라 타면 된다.”
이 지점에서 저는 고개가 갸우뚱해졌습니다.
과연 영어를 이렇게 취급하는 것이 학습자에게 건강한 태도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4. 한국의 ‘줄임말 만성화’가 영어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 지금 말 그대로 줄임말 만성 사회에 가깝습니다.
- “커리큘럼”은 “커리”
- “스피킹 연습”은 “스픽 연습”
- “문법 강의”는 “문강”
- “리딩 스킬”은 “리딩 스킬”도 길어서 그냥 “리딩” 하나로 끝…
문제는, 이런 습관이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외국어에까지 그대로 옮겨진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이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 단어의 의미가 지나치게 좁아집니다.
curriculum은 본래 교육과정 전체를 의미하는데,
“커리”는 거의 “강사의 강의 패키지 상품” 정도로 축소됩니다. - 언어가 ‘브랜드명’처럼 소비됩니다.
“그 강사의 커리”, “이 학원의 커리”라는 표현 속에서
curriculum은 교육 개념이 아니라 상품 이름에 더 가까워집니다. - 학습자에게 잘못된 환상을 줍니다.
‘좋은 커리만 타면 영어가 해결된다’는 착각이 생깁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
- 문장을 구조로 보는 눈
- 언어를 이해하는 시간
5. 줄임말의 유행, 영어를 망치는 지름길
“기니까 좀 줄여 쓰면 어때? 뜻만 통하면 되지.”
이런 ‘빨리빨리’ 정신이 영어 학습에 적용되면,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 단어의 정확한 철자(spelling)
- 올바른 강세(accent)
- 끝까지 또박또박 발음하는 습관
이 세 가지가 잡히지 않으면,
그건 영어라기보다 점점 ‘한국식 변종 언어’에 가까워집니다.
특히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강사라면,
학생들이 잘못된 습관을 갖지 않도록 더더욱 표준에 가깝고 정확한 영어를 구사할 책임이 있습니다.
유명 강사의 “커리”라는 말 한마디가
수만 명의 학습자들에게 이렇게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영어는 저렇게 대충 줄여 써도 되는구나.”
6. 언어는 결국 ‘태도’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가진 문화를 존중하고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만든
국적 불명의 콩글리시와 줄임말,
이제는 과감히 내려놓을 때도 되었습니다.
조금 길고, 발음하기 귀찮더라도
입에 힘을 주고 제대로 말해 보세요.
“Curriculum.”
그 작은 습관의 차이가
**‘대충 흉내 내는 영어’와 ‘진짜 영어’**를 가르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7.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건 단지 “커리큘럼을 ‘커리’라고 줄이면 안 된다”는 규범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교육자가 쓰는 단어에는
그 사람이 가진 언어관과 교육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curriculum을 상품 패키지처럼 줄이는 언어와,
curriculum을 학습자의 성장 경로로 설명하는 언어는
겉으로는 한 글자 차이뿐이지만, 학습자의 마음에는 전혀 다른 메시지로 도착합니다.
저는 영어를 가르치는 글을 쓸 때, 그리고 제 학습 과정을 나눌 때,
이 한 가지는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영어를
“어디 붙어서 타는 ‘커리’”가 아니라,
“내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언어, 하나의 구조, 하나의 생각 도구”로 대하는 것.
언어를 제대로 불러주는 것부터가,
그 태도의 첫걸음이라고 믿습니다.
© MisoEnglish / Michelle Kim. This is original content written by the author. Unauthorized reproduction or full reposting is prohibited. You may quote short parts only with clear credit and a link to the original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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