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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철학 12편 - 악의 문제 (1): 맥락과 원전 읽기 (아퀴나스 10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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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철학 12편 - 악의 문제 (1): 맥락과 원전 읽기 (아퀴나스 10편)

slowblooms 2026. 3. 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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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을 이성으로 해부한다 — 아퀴나스 편 (10편)

악의 문제 (1): 맥락과 원전 읽기


신 존재 증명까지 모두 성공했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이 질문이 남는다.

"전능하고, 전지하고, 완전히 선한 신이 존재한다면 — 왜 세상에 악이 있는가?"

무신론자들이 가장 자주, 가장 강하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리고 신자들도 새벽에 혼자 이 질문과 씨름한다. 철학적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에피쿠로스의 삼각형]

P1. 신은 악을 막을 의지가 있다 (전선)
P2. 신은 악을 막을 능력이 있다 (전능)
P3. 그런데 악이 존재한다

→ P1, P2, P3은 동시에 참일 수 없다
→ 따라서 그런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원전 3세기 에피쿠로스가 처음 제기한 이 논증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아퀴나스는 이것을 정면으로 다룬다.


악의 두 종류

아퀴나스는 먼저 악을 두 가지로 나눈다. 이 구분이 이후 논증의 토대가 된다.

종류 내용 대응 전략

도덕적 악 인간의 자유의지에서 비롯된 악 — 살인, 전쟁, 착취 자유의지 변호론
자연적 악 자연 현상에서 비롯된 고통 — 지진, 암, 선천적 장애 더 어려운 질문

도덕적 악은 자유의지 변호론으로 응답 가능하다. 자연적 악은 지금도 기독교 철학의 가장 뜨거운 미해결 문제다. 플랜팅가가 나중에 자유의지 변호론을 정교화하는 것은 주로 도덕적 악에 대한 응답이다.


아퀴나스의 핵심 전략 — 악의 존재론적 재정의

아퀴나스의 접근은 독특하다. 악의 문제에 직접 답하기 전에 먼저 "악이란 무엇인가" 를 재정의한다.

악은 존재가 아니라 결핍이다 (privatio boni).

아우구스티누스에서 물려받은 통찰인데, 아퀴나스가 철학적으로 정교화한다.

[잘못된 전제]
악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
→ 그렇다면 신이 악도 창조했는가?

[아퀴나스의 재정의]
악은 존재가 아니라 존재의 결핍(privatio boni)이다
선함이 있어야 할 자리에 선함이 없는 것

예시:
  눈멂 = 시력의 결핍
  악함 = 선함의 결핍
  죽음 = 생명의 결핍

신은 악을 창조하지 않았다. 신은 선한 것들을 창조했다. 악은 그 선한 것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완전성을 결여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 원전 읽기 — 『신학대전』 1부 48문 1항

"악은 어떤 본성인가?"


🇰🇷 한국어

하나의 반대는 다른 것을 통해 알려진다. 빛을 통해 어둠을 알듯이. 따라서 악이 무엇인지는 선의 본성으로부터 파악되어야 한다.

모든 존재자는 선하다고 우리는 앞에서 말했다. 그런데 악은 선의 결핍이라고 말해진다. 그러나 모든 결핍이 악은 아니다. 인간에게 날개의 결핍은 악이 아니다. 그러나 시력의 결핍은 악이다. 그 이유는 이것이다: 결핍은 어떤 것이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눈에는 시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력의 결핍이 악인 것이다.

따라서 악은 그 자체로 어떤 본성이 아니다. 악이라는 이름은 선의 결핍을 의미한다.


🇺🇸 English

One opposite is known through the other, as darkness is known through light. Hence also what evil is must be known from the nature of good.

We have said that good is everything appetible; and thus, since every nature desires its own being and its own perfection, it must be said also that the being and the perfection of any nature is good. Hence it cannot be that evil signifies being, or any form or nature. Therefore it must be that by the name of evil is signified the absence of good.

Not every absence of good is evil. For absence of good can be taken in a privative and in a negative sense. Absence of good in the negative sense is not evil. Otherwise, it would follow that what does not exist is evil, and that everything would be evil through not having the good belonging to something else. An eye that lacks the power of flight is not evil; but an eye that lacks sight is evil. The absence of good, taken in a privative sense, is what is meant by evil.


📖 원전 읽기 — 『신학대전』 1부 49문 1항

"악의 원인은 무엇인가?"


🇰🇷 한국어

악은 선을 원인으로 가진다는 것이 필연적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여준 것처럼, 악은 선의 결핍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핍의 원인은 오직 선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이 악을 낳는 것은 우연적으로(per accidens)이지 본질적으로(per se)가 아니다. 마치 불이 물을 부패시키는 원인이지만, 그것은 불이 뜨겁기 때문이 아니라 물의 냉기를 제거하기 때문인 것처럼. 따라서 악은 의도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의도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 English

It is necessary that evil be founded in good. For evil is the privation of good, as has been said. But privation can only have a subject which is a being, and every being, as such, is good. Therefore evil has a good subject.

Good is the cause of evil by accident (per accidens). As when fire destroys something cold, the fire is not aiming at the destruction, but at its own perfection. Thus, evil arises not from an intended effect but as a side-effect of a good action aiming at something else.


원문에서 주목할 것

48문과 49문을 나란히 읽으면 아퀴나스의 전략이 보인다.

48문 — 악의 존재론: 악은 독립적 실체가 아니라 결핍이다 49문 — 악의 원인론: 악은 선에서 우연적으로 생겨난다

두 대목을 합치면 이렇게 된다.

신은 선한 것들만 창조했다
        ↓
그 선한 것들이 완전성을 결여할 때 악이 생겨난다
        ↓
악은 신의 의도가 아니라
선한 창조 질서의 부산물이다

→ 다음 글: [아퀴나스 11편] 악의 문제 (2): 자유의지 변호론, 반론, 그리고 미해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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