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nglish Journey and Reflection

🕰️ 영어 공부, 정말 헛된 시간이었을까요?

slowblooms 2025. 12. 8. 03:18

 

 

🕰️ 영어 공부, 정말 헛된 시간이었을까요?

당신이 쏟아온 노력은 한 톨도 버려지지 않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내가 지금까지 영어에 쏟아부은 시간, 다 헛고생 아니었을까?"

새로운 표현을 외워도 금방 잊어버리고, 책을 한 권 읽어도 머릿속에 남는 게 없어 보이고, 외국인 앞에 서면 여전히 말문이 막히는 자신을 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1. 중학교 1학년부터 60세까지, 쉼 없이 영어와 함께

돌아보면,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 예순이 될 때까지, 그리고 미국 이민 생활 35년 동안 쉼 없이 영어를 공부해 왔습니다.

영화, 미드, 다큐, 오디오북을 항상 영어 자막과 함께 보고, 집으로 오는 플라이어, 신문, 백화점 광고까지 손에 잡히는 건 뭐든지 읽으며 생활 영어를 익혔습니다. 직업이 바뀔 때마다 그때그때 새로운 분야의 전문 용어와 어휘를 다시 배웠고, 대학에서는 영어학을 전공하면서 문법과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한동안은 동화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도 힘들었고, 회사에서 항공사 fare rule을 해석하다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잘못 반영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오래 영어를 붙잡고 있었는데, 왜 아직도 이 정도일까?"

2. 35년 만에 찾아온 전환점

미국에서 35년을 살면서도 영어는 늘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제게 극적인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한양사이버대학교 영어학과 4년 반의 여정, 그리고 마침 등장한 생성형 AI의 도움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 자막을 켜고 보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저는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도 줄곧 영어 자막을 켜고 봤습니다. 처음엔 자막을 다 읽기도 전에 다음 씬으로 넘어가기 일쑤였지만, 저는 자막을 끝까지 읽는 데 집중했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자막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어느새 영어를 읽는 속도가 놀라울 만큼 빨라져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전 도움 없이도 영어 책을 읽는 데 무리가 없고, 한글 책을 읽듯이 속도가 붙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읽은 표현들과 문장들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보니, 말을 할 때도 자연스럽게 그 표현들이 입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읽기가 곧 말하기의 토대가 된 것이죠. 

 

그리고 대학에서의 영어전공은 그동안 흩어졌었던 그 많은 영어문법을 재 정립해서 온전히 제것으로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첫째, 엄청난 양의 체계적 학습이었습니다.
기초부터 고급 어휘까지, 수백 개의 강의 지문을 읽고 익혔습니다. 원어민 교수님들의 강의를 통해 살아있는 영어를 접했고, 매 학기 쌓이는 지문들이 제 영어의 토대가 되어갔습니다. 특히 영어학 전공 과정에서 음운론과 음성학을 배우면서, 영어 발음의 원리를 이론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지식은 단순히 흉내 내던 발음을 체계적으로 교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둘째, 딕테이션의 힘을 경험했습니다.
영어 청취 과목에서는 매 수업 끝마다 배운 지문에 대한 딕테이션 퀴즈가 있었습니다. 빈 괄호를 채우기 위해 한 지문을 수십 번씩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처음엔 들리지 않던 단어들이, 열 번, 스무 번 듣다 보면 어느새 또렷하게 귀에 들어왔습니다. 이 과정이 제 듣기 실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켰습니다.

 

셋째,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을 깨뜨렸습니다.

원어민 교수님 과목에서는 매 학기 1분 분량의 영어 동영상을 촬영해야 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영어로 말한다는 게 처음엔 너무 어색하고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학기마다 반복하다 보니 점점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리고 졸업 과제로는 TESOL 자격증 마지막 시험이 있었습니다. 글을 쓰고, PPT를 작성하고, 그 내용을 영어로 설명하는 동영상을 촬영해서 제출해야 했습니다. 수백 번의 촬영과 재촬영을 거치면서 저의 발음과 억양, 액센트를 하나하나 교정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 누구와 영어로 대화를 하든 말하는 것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듣기, 읽기, 쓰기가 되니까 말하기도 따라왔구나. 그동안 내가 한 노력은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고 조용히 쌓이고 있었구나."

3. 영어를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영어는 한 번에 "딱"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험 점수처럼 오늘 10점 올리고 내일 20점 오르는 식으로 눈에 보이는 변화가 매일 따라오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들어간 노력은 결코 우리를 배반하지 않습니다.

오늘 외웠다가 내일 잊어버린 단어도, 한 번 읽고 이해 못 해서 덮어버린 지문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속으로만 중얼거리던 문장들도, 그 순간에는 다 흩어지는 것 같아도 사실은 우리 안 어딘가에 차곡차곡 층을 쌓듯이 쌓이고 있습니다.

4. 사소한 것 하나도, 결국은 나의 영어가 됩니다

미국에서 35년을 살면서,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영어를 붙잡고 살아오며 배운 가장 큰 진리는 이것입니다.

✅ 영어를 익혀서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충분한 시간과 체계적인 반복이 필요하다는 것.

✅ 그리고 그동안 쏟아부은 모든 노력은 결코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

 

한 지문을 수십 번 듣고, 수백 번 동영상을 찍어가며 익힌 그 모든 시간들이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영자막 한 줄 읽다가 놓친 순간, 플라이어에서 본 단어 하나, 메모지에 대충 적어두고 잊어버린 표현, 길게 말하려다 중간에 꼬여서 포기해 버린 문장까지도—

그 어느 것도 완전히 버려지지 않습니다.

모든 조각들이 시간 속에서 엮이고, 쌓이고, 연결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 "어? 이 표현 나도 자연스럽게 쓰고 있네?"
  • "이제 이런 문장은 내가 읽을 수 있네."
  • "예전 같으면 못 들었을 텐데, 지금은 들린다."

이런 순간으로 살며시 돌아옵니다.

5. 오늘의 당신에게 건네고 싶은 한 문장

그래서 저는 오늘, 오랫동안 영어와 씨름해 온 한 학습자로서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영어 공부에 들였던 시간과 노력은 하나도 헛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아무 변화가 없어 보이더라도, 그 모든 것들이 당신 안에 쌓이고, 얽히고, 인연이 되어 언젠가는 분명히 '당신만의 영어'가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이 걸어온 길은 이미 충분히 의미 있고, 소중한 발자국들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

 

 

 

© MisoEnglish / Michelle Kim. This is original content written by the author. Unauthorized reproduction or full reposting is prohibited. You may quote short parts only with clear credit and a link to the original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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